연방정부 폐쇄 앞둔 미국,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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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

미 의회의 예산안 처리 마감 시한(30일 자정)이 코 앞으로 닥친 가운데, 29일(일)에 상.하원의원들의 합의안 도출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부분적이나마 연방 정부의 폐쇄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 공화 양당 지도자들은 1996년 이후 최초로 기록될 정부 폐쇄를 피하고 싶다고 밝혔지만 공개적으로 그들이 보이는 모습은 교착 상태의 원인을 서로의 탓으로 떠넘기고 싶어하는 듯 하다.

존 보너 하원의장(오하이오주)은 상원 지도자들에게 29일 이른 아침 공화당이 이끄는 하원이 통과시킨 법안을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하원의 예산안은 12월15일까지 정부가 현 수준의 예산을 집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하원이 통과시킨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의 시행을 1년 유예하는 내용의 수정예산안과 의료장비 부과세를 무효화하는 안에 대해 상원이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예산안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민주당은 상원이 통과시킨 오바마케어 지출 항목을 되살린 내용을 담고 있는 잠정예산안을 보너 의장이 하원에서 통과시키도록 요청함으로써 이 교착 상태를 종식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한 움직임은 보너 의장 쪽에 줄을 선 보수주의자들을 격분시킬 것이다. 또한 예산안의 통과는 오바마케어에 대한 공방이 막판까지 이어진 후 마지막 순간에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러한 교착 상태는 대중이 정부 폐쇄의 가장 큰 탓을 공화당에 돌릴 것이라고 우려하는 많은 공화당원들에게 있어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는 기회일 것이다.

법안을 둘러싼 극심한 정치적 술책 역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책략이 없었더라면 법안은 이처럼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다. 즉, 당장 10월1일(화)에 개시되는 2014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12월15일까지 정부가 현 수준의 예산을 집행하도록 하는 내용)에 합의하지 못한 채 이어지고 있는 지루한 공방이 바로 그런 술책을 의미한다. 그러나 보수적인 공화당의 완고한 한 분파는 예산안 처리 마감 시한이 임박해짐에 따라 예산안의 핵심 사안 중 하나인 오바마케어가 10월 1일에 시작되기도 전에 공화당이 이를 좌초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공화당원들은 정부 폐쇄 전망으로 민주당이 주도하는 상원이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즉, 상원이 정부 폐쇄를 피하기 위해 의료개혁법의 핵심 재원인 의료 장비 부과세 법안 무효화에 동의함으로써, 의료개혁법의 수정을 요구하는 공화당의 예산안을 상징적으로나마 용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

“우리는 정부를 폐쇄하지 않을 것”이라고 케빈 맥카시(캘리포니아주)하원 다수당 원내 총무가 29일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협상을 좀 더 진행해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른 공화당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발의한 핵심 법안인 오바마케어를 유예하거나 거부하기 위해 공화당내의 가장 보수적인 집단이 현재의 대치 정국을 벼랑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사실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고집불통으로 타협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공화당 내의 분파를 비난하면서 데빈 누네스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우리는 더 이상 손쓸 방법이 거의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그들은 모두 경솔한 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 폐쇄로 누가 가장 큰 이득을 보는지 아는가? 바로 민주당이고 민주당은 그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폐쇄가 현실화되면 연방 정부 기관들의 운영이 거의 마비되고 2백만 명 이상의 공무원 중 최소 82만5,000명에게 무급휴직이 시행될 것이라고 백악관에 제출된 폐쇄 계획은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국가 안보, 우편물 배달, 항공 교통 관제, 법 집행과 같은 필수 공공 서비스는 계속 제공되면서 대부분의 공공 서비스는 정부 폐쇄로 인한 타격을 거의 받지 않을 것이다.

정부 기관들이 무급휴직을 준비중인 가운데, 하원이 29일 새벽 12월 중순까지 현 수준의 예산을 집행하도록 하는 안을 통과시킨 이후에 의회는 휴회에 들어갔다.

상원 다수당(민주당)의 해리 라이드 원내 대표는 30일 오후까지 상원을 휴회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해당 기간 동안 오바마케어의 축소를 시도하고자 하는 하원 공화당원들의 의지를 꺾기 위해 압박을 가하고자 하는 강경 전략이다.

보너 하원의장은 상원의 의회 개회 거부를 비난하면서 “놀라울 정도의 거만함”이라고 혹평했다.

이에 대해 처크 슈머 상원의원(뉴욕)은 보너 의장의 전략이 “단순히 자신에게 쏟아진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한 얄팍한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맞받아쳤다.

백악관 관료들은 28일과 29일 회의를 열고 정부 폐쇄 가능성과 기타 현안에 대한 논의를 했다. 한 고위 관료는 의회의 공화당원들과 비공식 루트를 통한 논의를 하지는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관료는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과 포괄적인 예산안에 대한 협상을 할 의사는 있지만, 단기 예산안 처리의 대가로 정책 양보(오바마케어를 1년 연기하는 항목)라는 형식의 “맞바꿈”은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교착상태는 미국 정가, 특히 지난 3년 간 분열된 정부로 인해 점증하는 난관에 봉착한 정계의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양 당의 대립 심화, 정부 지출에 대한 타협 의지 약화, 벼랑끝 전술이 의회의 통상적인 업무에 해당하는 예산안의 통과를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원들은 공화당의 요구를 들어주게 되면 앞으로 매번 재정안 관련 마감 시한이 닥칠 때마다 이들의 요구가 더 거세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음으로 닥친 현안은 미국의 부채 한도 증액 관련 사안으로, 재무부는 10월 중순까지 승인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부채 한도 증액에 실패에 따른 재무적 결과가 정부 폐쇄보다 더 치명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 폐쇄를 놓고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이 대치 상황의 끝은 상원이 30일 밤 자정 마감 시한을 약 10시간 앞둔 시점에 개회되면서 보이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원은 하원의 수정예산안(12월15일까지 정부가 현 수준의 예산을 집행하도록 하되, 건강보험 개혁안의 시행은 1년 유예시키고 의료장비 부과세를 무효화한 안)을 넘겨 받아 건강보험 개혁안 유예와 의료장비 부과세 무효화를 거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공은 다시 하원으로 넘겨지게 된다.

정부 폐쇄를 피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하원이 즉각적으로 상원의 예산안을 통과시켜 백악관에 넘기는 것이다. 누네스 의원과 다른 이들은 공화당 지도자들이 솔선수범 하기만 한다면, 대치 국면을 종식시키기 위해 오바마케어를 놓고 벌이는 충돌을 연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공화당 의원들이 민주당 의원들과 합세함으로써 이 예산안 통과에 필요한 찬성표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러한 노선을 택할 경우, 보너 의장의 정치적 입지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 그의 의장직은 공화당의 지지를 주춧돌로 하고 있고 그 주춧돌은 공화당 내의 보수파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 이 보수파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놓고 벌이는 정쟁에서 보너 의장에게 더 호전적인 태도를 취하라고 종종 주장해 왔다.

매트 샐먼 하원의원은 보너 의장이 하원에서 예산안에 대한 양보를 하라고 주문하게 되면 공화당 하원 내에서 그의 입지가 흔들리게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이 사안과 관련해 이 악법을 무효화시키거나 유예하는데 온 힘을 쏟으면서 캠페인을 벌여온 이들이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다른 이들은 보너 의장이 하원의 대의명분을 위해 자신이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싸웠음을 보여주기 위해 상원이 발의안 예산안을 막판에 하원에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보너 의장은 올 초 임박한 세금 인상안을 놓고 ‘재정절벽’을 피하기 위해 민주당과의 절충안을 도출하고 투표를 주도했을 때도 이런 전략을 구사한 선례가 있다.

AP
존 보너 하원의장

공화당 내부 인사들은 보너 의장이 고려중인 다른 대안은 또 다른 수정 예산안을 하원 투표에 부쳐 공화당으로 하여금 자신들이 이 공방에서 뭔가 소득을 얻었다는 주장을 펼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그러한 수정안 중 가능한 하나는 상하원의원들과 그들의 보좌관들이 내는 의료보험료를 보조해 주기 위한 연방 보조금액을 제한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이들에게 보험 혜택을 제공하는 댓가로 의원들과 보좌관들은 자체적으로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그 결과, 연방 보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 의원들의 보험료 부담액은 막대한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다.

연방 보조금 제한안에 대해 많은 의원들은 사적으로 반대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안은 마지막 순간 던져볼 수 있는 카드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한 안이 수정안으로 나오게 되면 상원이 자신들에게 득이 되는 정책을 방어하려는 입장을 취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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